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주최한 제47차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는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열리며, 전 세계 95개국 148개 개인정보 감독기관이 모였습니다. 이번 총회는 "인공지능 시대 개인정보 이슈"를 핵심 주제로 삼아, 기술 발전 속에서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국제적 규범을 세울지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한국은 이번 개최를 통해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심으로 부상하며,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AI 윤리와 데이터 활용의 균형을 찾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AI 확산과 개인정보 보호의 긴장 관계
AI 기술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노출 및 오남용의 위험이 동반됩니다. 예를 들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큽니다. GPA 총회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방안과, 각국의 법제 정비 필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국제 협력과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구축
이번 총회의 또 다른 핵심은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구축입니다. 국경을 넘는 데이터 이동이 일상화된 지금, 특정 국가만의 법제만으로는 충분히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GPA는 국가 간 신뢰 기반 협력과 공동 규범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러한 논의의 선두에 서게 된 것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의 리더십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와 J.D. 학위를 취득한 법경제학 전문가입니다. 그는 뉴욕 월스트리트 로펌 Hughes Hubbard and Reed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후, 귀국하여 학계에서 오랜 기간 연구와 교육에 헌신했습니다. 2022년 제2대 개인정보보호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는 "국민 신뢰 기반의 데이터 활용"이라는 기조 아래 개인정보보호법 전면 개정, 마이데이터 제도 도입 등 굵직한 정책을 주도했습니다.
AI 시대에 맞는 정책 선도
고 위원장은 챗GPT 등 신기술의 등장에 따라 새로운 개인정보 위협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AI 리스크 관리 모델을 개발하고 2024년 12월 이를 공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은 AI 시대 개인정보 보호정책의 국제 표준을 선도하며, 데이터 경제와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그는 UN AI 고위급 자문기구 위원으로서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 강화
고학수 위원장의 행보는 한국이 단순히 개인정보 보호 후발주자가 아닌, 국제 규범을 주도할 수 있는 주체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GPA를 주최하게 된 배경과도 맞닿아 있으며, 향후 글로벌 AI 윤리·데이터 보호 프레임워크 구축 과정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메러디스 휘태커와 프라이버시의 미래
시그널 재단의 회장 메러디스 휘태커는 GPA 서울총회 기조연설에서 AI가 가져올 프라이버시 위협을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그는 구글 근무 시절부터 AI 연구와 윤리에 집중해온 전문가로, AI Now Institute를 공동 창립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시그널 메신저를 통해 "감시 자본주의에 맞선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사명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의 프라이버시 침투 위험
휘태커는 AI 에이전트가 운영체제 전반에 접근해 이메일, 캘린더, 연락처 같은 민감한 정보를 처리하면서도 명확한 동의 없이 작동하는 설계가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리콜’ 기능과 애플 시리의 서버 전송 방식을 사례로 들며, 운영체제 제공자가 데이터 접근·수집·사용에 있어 철저한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규범을 향한 제언
그녀는 AI의 발전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통제하고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 메커니즘 마련이 시급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민 자유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GPA와 같은 국제 협력이 이러한 원칙을 제도화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오픈AI 제이슨 권 CSO와 한국의 AI 기회
오픈AI의 제이슨 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한국을 "AI 글로벌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규정하며, 한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기술, 스타트업 역량, 과학 기반 연구 능력을 모두 갖춘 나라로, AI 시대의 국제 경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픈AI의 한국 전략
오픈AI는 서울에 아시아 세 번째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며, 카카오와의 기술 협력, 한국산업은행과의 AI 스타트업 육성 협약,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기술 활용 등을 통해 다양한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진출을 넘어 한국을 AI 혁신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AI 국가투자 구상과 협력
권 CSO는 한국 정부의 100조원 규모 AI 국가투자 계획에 대해 "AI by Korea, for Korea and of Korea"라는 비전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글로벌 AI 생태계의 생산자이자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글로벌 AI 경쟁 속 한국의 미래
GPA 서울총회와 맞물려 진행되는 오픈AI의 전략은, 한국이 AI 윤리·기술·산업 전반에서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AI 발전을 조화시키려는 노력 속에서, 한국은 향후 글로벌 AI 표준을 주도하는 핵심 국가로 도약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