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전체 성인의 98%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금융거래, 건강관리, 업무,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모바일 기기의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동시에 보안 위협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악성코드나 피싱 공격을 넘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 해킹 시도가 증가하면서 기존의 보안 체계가 점점 더 무력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존의 모바일 보안 시스템은 운영체제(OS)와 앱스토어 검증 시스템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었지만, 해커들이 사용자 심리를 이용한 사회공학적 공격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사용자 개개인을 직접 타겟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앱 설치나 설정 변경 시 무심코 허용한 권한을 이용한 공격, 정식 앱스토어 외부에서 설치되는 앱(Sideloading)을 통한 공격, AI가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정교한 피싱 메시지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모바일 보안 위협 증가는 단순히 IT 전문가나 특정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보고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스마트폰 관련 사이버 범죄 신고 건수는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며, 그중 60% 이상이 금융 사기나 개인정보 탈취와 직결된 사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곧 지갑이자 신분증 역할을 하는 시대에 이러한 보안 위협의 증가는 개인의 경제적·사회적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게임 앱의 과도한 권한 요구 문제
모바일 보안 위협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게임 앱의 과도한 권한 요구입니다. 많은 게임 앱이 게임 플레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연락처 접근, 위치 추적, 카메라 접근, 통화 기록 확인 등의 권한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앱은 이러한 권한을 악용해 사용자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하거나 스팸 메시지 발송, 피싱 공격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게임 앱과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 앱이 가장 많은 권한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위치 및 GPS"(G4), "네트워크 및 연결성"(G2), "시스템 및 디바이스 관리"(G1) 권한은 게임 앱이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권한이며, 악성 앱의 경우 CALL_PHONE, READ_CONTACTS와 같이 매우 민감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한 게임 앱으로 위장한 악성코드가 사용자의 연락처 데이터를 탈취하거나, 통화 기록을 분석해 표적 공격을 계획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악성 앱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탐지를 회피하기 위해 권한 요구 개수를 줄이는 반면, 정상 앱들은 기능 확장을 이유로 권한 요구가 늘어나는 상반된 패턴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앱 설치 시 권한 요청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권한을 최소화해 의심을 피하고, 설치 후 앱 업데이트를 통해 점차 더 많은 권한을 획득하는 수법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되는 개인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 리스크를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사이드로딩을 통한 악성 앱 유포와 피해 사례
사이드로딩(Sideloading)이란 정식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앱을 설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방식은 보안 검증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악성 앱이 사용자 기기에 손쉽게 설치될 수 있는 주요 경로가 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보이스피싱, 몸캠피싱, 스미싱 등 다양한 온라인 사기 범죄가 사이드로딩을 통해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공격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1인당 온라인 사기 피해 규모에서 세계 4위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사이드로딩 기반 악성 앱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커들은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앱을 통해 특정 링크를 보내고, 사용자가 해당 링크를 클릭해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의 모든 데이터와 인증 정보를 탈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탈취된 정보는 금융사기, 사생활 침해, 심지어 협박 범죄로까지 악용될 수 있습니다.
반면, 구글이 싱가포르에서 시행한 ‘강력 사기 방지 보호(Enhanced Fraud Protection, EFP)’ 프로그램은 사이드로딩으로 인한 피해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앱 설치 전 강력한 경고를 제공하고, 의심스러운 앱 설치를 차단하며, 시스템 레벨에서 권한 요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홍콩, 인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9개 지역에서 추가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며, 그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만 1천만 대 이상의 스마트폰이 악성 앱 설치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구글플레이 프로텍트와 AI 기반 보안 기술
구글플레이 프로텍트(Google Play Protect)는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가장 대표적인 보안 시스템으로, 매일 2,000억 개 이상의 앱을 자동으로 스캔해 잠재적으로 유해한 애플리케이션(PHA)을 탐지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온디바이스 머신러닝을 활용해 앱의 동작 패턴과 코드 구조를 분석하며,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신종 악성 앱까지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글플레이 프로텍트는 악성 앱의 위험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합니다.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분류되는 앱은 자동으로 제거하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앱은 비활성화 상태로 전환해 사용자가 직접 삭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또한 3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은 앱의 권한을 자동으로 재설정해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며, 앱이 요청하는 권한과 실제 기능의 상관성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알림을 제공합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악성 앱 탐지에 그치지 않고, 사이드로딩 앱을 포함한 모든 앱을 대상으로 실시간 분석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정식 앱스토어 외부에서 다운로드한 앱이 사용자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려는 정황이 포착되면 설치 단계에서 차단하거나 추가 경고를 표시합니다. 이를 통해 구글플레이 프로텍트는 사용자 기기 보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AI 기반 위협 탐지 기술이 모바일 보안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 악용 사례와 신종 사이버 공격 트렌드
모바일 보안 위협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해커들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해커가 수작업으로 작성한 피싱 메시지나 악성 코드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FraudGPT, WormGPT 등 AI 기반 해킹 툴이 등장해 공격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있습니다. 이 툴들은 타겟 사용자의 언어, 기기 환경, 행동 패턴을 분석해 더욱 정교한 공격 메시지를 작성하며, 공격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킵니다.
이러한 AI 기반 공격의 확산은 모바일 기기를 주요 타겟으로 삼는 사이버 범죄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목록을 분석한 뒤 특정 금융 앱을 대상으로 악성 오버레이 화면을 띄워 로그인 정보를 탈취하거나, 사용자가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를 모방한 피싱 페이지를 자동 생성하는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또한 해커들은 AI를 이용해 보안 시스템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우회 경로를 찾는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어 방어 측에서도 AI를 활용한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AI의 발전은 공격자의 능력을 급격히 높이고 있지만, 동시에 보안 업계도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실시간 위협 탐지와 자동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바일 보안은 AI 대 AI의 싸움으로 진화할 것이며, 사용자의 보안 의식 강화와 보안 솔루션의 지속적인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사용자 보안 습관의 중요성과 대응 방안
모바일 보안 위협은 기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용자 습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용자가 무심코 허용하는 앱 권한이나 비공식 앱 설치는 해커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앱 설치 시 불필요한 권한 요청을 거부하고, 정식 앱스토어를 통한 앱 설치만 허용하며, 정기적인 보안 업데이트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OTP(일회용 비밀번호)나 생체 인증과 같은 다단계 인증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안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과 정부 기관 역시 모바일 보안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바일 앱 개발사는 앱이 요청하는 권한을 최소화하고, 사용자 데이터 보호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정부는 AI 기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보안 프레임워크와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합니다. 앞으로 모바일 보안은 단순히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정책, 교육, 사용자 인식 개선이 결합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입니다.